연극 <의자는 잘못 없다> 소개와 작가, 연출 의도
1. 작품 소개
우린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늘 가지려고 한다. 예를 들어, 물소가죽 소파를 가지려고 하고, 집을 갖고 싶어하고, 차를 갖고 싶어하고, 애인 없는 사람은 애인을 가지려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그 소유라는 문제는 많은 희비극을 가져오기도 한다.
한 남자가 의자 하나를 갖기 위해 벌이는 좌충우돌 희안한 이야기!
어느날 가구점 앞에 내놓은 한 의자를 보고 한 남자가 반했다. 그 남자는 그 의자를 사려고 한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다. 아니, 어마어마한 일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이 연극은 바로 그러한 얘기이다.
의자를 사겠다는 강명규에게 의자를 만든 문선미는 이건 파는 게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문선미의 아버지인, 가구점 주인인 문덕수는 왠만하면 적당한 가격에 팔고 싶어한다. 문선미가 없는 사이, 강명규는 삼 십 만 원을 제안하고, 문덕수는 받아들인다. 그 다음날, 송지애가 따라 나선다. 겨우 의자 하나에 삼 십 만 원이라니, 그녀는 받아 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선미는 도리어 차라리 그냥 주었으면 주었지, 돈을 받고 팔 수는 없다고 한다. 문덕수는 공짜로는 절대 안된다고 한다. 이제 네 사람은 웃지 못할 해프닝을 벌이게 된다.
강명규가 어떻게 하면 그 의자를 가질 수 있을까? 강명규가 어떤 방법을 취하느냐에 따라 단순하지 않은 결과들이 예상된다. 첫째, 삼 십 만 원을 다 주고 의자를 가져간다. 이건 문덕수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둘째, 강명규가 의자를 공짜로 가져간다. 이건 문선미의 생각이다. 셋째, 십 만 원 정도를 적정 가격으로 책정하여 그 가격에 의자를 가져간다. 이건 강명규의 생각이다. 넷째, 계약금으로 준 삼 만 원만을 의자 값으로 하고 그냥 가져간다. 이건 송지애의 생각이다. 이 연극은 이러한 네 가지 방법을 모두 실험해 본다. 그에 따라서 어떤 결과가 드러나는 지를 보여준다. 바로 그러한 해프닝을 모두 보여주면서 이 연극은 관객들에게 묻고 싶어한다.
소유란 뭘까? 뭔가를 소유한다는 건 뭘까? 우린 정말로 그것을 가진 것일까?
2. 작가 의도
돌이켜보건대, 우리 인생 20대는 뭔가가 되고 싶어했다면, 30대는 뭔가를 가지고 싶어했다. 소유에 대한 생각이 또는 집착이 늘어났던 것이다. 거기서 출발했다. 내가 가지고 싶어하는 것 - 이 소유란 뭘까? 하는 생각에서. 그리고 생각에 생각, 꼬리를 물고 끝까지 가보니, 소유란 - 우리가 뭔가를 가진다는 것은 누군가의 피해를 담보로 하는 거 아니냐 - 는 결론에 도달했다. 쉬운 비유로 우리가 먹는 싼 커피는 브라질 아이들의 눈물을 담보로 한다는 이야기처럼. 그 아이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저임금 노동을 한 까닭에 전 세계인이 싼 커피를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의자 하나를 두고 벌이는 다툼 속에서 우리가 끊임없이 소유하려고 하는 물욕과 욕망의 실체와 그 허무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소유욕은 어쩌면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우리 삶의 굴레일 것이다.
3. 작품 줄거리
명예퇴직한 후 도서관에 다니며 시험 준비를 하고 있던 남자, 강명규는 우연히 가구점 앞을 지나다가 한 의자를 보고 반한다. 그 평범하지만 범상치 않은 모습에 매료되어, 꼭 그 의자를 갖고 싶어한다. 그런데 가구점 주인, 문덕수는 팔 수 없다고 한다. 그 의자는 딸 아이가 만든 것인데, 그녀가 미대지망생인 까닭에 의자도 그녀의 작품이고, 고로 파는 물건이 아니라고 한다. 강명규는 그 딸과 직접 흥정을 해볼려고 하는데, 그 딸, 문선미는 역시 팔 수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그러나 쉽사리 포기 할 수 없었던 강명규는 문선미가 없는 사이, 삼 십 만 원을 주겠다며, 문덕수와 계약을 해버린다. 불황을 겪고 있던 문덕수인지라, 그 또한 그 가격이면 욕심이 났던 것이다. 그날 저녁 강명규의 아내 송지애는 펄쩍 뛴다. 의자 하나에 삼 십 만 원이라니, 게다가 그녀는 강명규가 퇴직한 후, 그 얼마되지 않는 퇴직금으로 겨우 살아가고 있던 터라, 더 그럴 수 없다고 한다. 다음 날 사건은 더 커진다. 문선미는 자신이 만든 의자를 돈을 받고 넘길수는 없다며, 강명규에게 그냥 주려고 한다. 당연히 송지애는 반기지만, 문덕수는 도저히 그럴 수 없다고 한다. 자신의 집 앞에서 전시되어 있었으므로, 일정 부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며 맞선다. 언성이 높아지고 분위기는 험상궂어 지는데, 강명규는 어찌됐든 그 의자를 갖고 싶어한다. 결국 계약금으로 줬던 삼 만 원만을 의자 값으로 남긴 채 송지애는 의자를 들고 간다. 송지애의 의견을 따른 것이긴 하지만, 문덕수는 상심한다. 강명규는 그게 미안하여 문덕수에게 칠 만 원 더 얹어 주겠다며 그를 위로한다. 다음 날 돈을 주기로 했던 강명규는 또 난관에 부딪힌다. 송지애가 이미 끝난 얘기를 왜 그렇게 하냐며, 그 돈은 줄 수 없다고 한다. 결국 보름이 지나도록 강명규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어느 날, 문덕수가 강명규의 집에 쳐들어오기에 이른다. 이후, 마술 같은 일들이 펼쳐진다. 의자 하나 때문에 벌어지는 여러 이야기들이…….
4. 연출 의도
1) 정말 리얼한 연기, 리얼한 싸움구경
연극투의 화술과 연기가 있고 실생활을 방불케 하는 리얼한 화술과 연기가 있다. 연극투의 대사는 고전극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대사와 의미를 전달하는 기능이 강한 반면 리얼한 화술과 연기는 현대극의 흐름이며 상황 그 자체를 전달하는데 강하다. 이 작품은 후자, 즉 리얼한 상황을 전달하는데 중점을 둔다. 의자 하나를 두고 벌이는 싸움 - 관객이 볼 때, 사람들이 의자 하나 가지고 저럴 수 있구나, 라는 아주 리얼한 상황 전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를 통해서 이 작품의 주제의식인 - 우리가 소유를 두고 벌이는 싸움이 리얼하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기자들에게 가장 실생활 같은 리얼한 연기를 주문할 것이다.
2) 최소한의 무대, 소품, 그리고 연기자, 그리고 관객(우리)
세계 연극의 흐름은 미니멀한 무대와 소품에 있다. 최소한의 무대와 최소한의 소품, 결국 연기자를 가장 전면에 내세우며 연기자에게 모든 것을 요구한다. 연극이 배우예술이다, 라는 말은 지당한 명제이다. 연기자의 호흡과 전달력으로 그 작품의 주제는 설명된다. 이번 작품 또한 연기자에게 전폭적인 표현의 대부분을 요구할 것이며 이 작품에서 가장 돋보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어떤 무대적 장치를 통해 이 작품 안에 관객이 계속 비추이게 할 것이다. 그 얘기는 결국 무대에서 싸우는 군상들의 모습이 바로 관객들 - 우리들 자신임을 확인하게 할 것이다. 이 작품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 자신의 문제이고 현재이다 라는 생각을 가져가는 것이다.
3) 오늘을 사는 전 세계인에게 던지는 동양적 화두 살려내기
이 작품은 미국과 일본 공연 등 해외공연을 목표로 현재 제작되어지는 작품이다. 소유라는 화두는 동양적 칼라가 강한 화두이면서도 전세계인이 공유할 수 있는 현재적 화두이다. 물욕이 넘쳐나는 세계, 타인의 것까지도 소유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당연시되는 세계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현재를 바탕으로 이 작품은 소유의 문제를 정면으로 묻는다. 이 화두를 - 이 주제의식을 최대한 살려내는 쪽으로 작가가 연출하는만큼 치중할 생각이다. 연극의 재미는 개그나 코미디와는 좀 다르다. 연극이 흥미로운 것은 깊은 생각이며 멈추어 서서 생각하는 반추이다. 이 작품이 가진 화두를 보고나면 잊혀지는 웃음에 기대기보다는 [블랙유머]에 가까운 쓴 웃음 그리고 우리 삶의 반추로 이어질 수 있는 깊이 있는 블랙코미디로 가져갈 생각이다.
5. 공연 연혁
<의자는 잘못 없다>는 2002년 극단 완자무늬에 의해 당시 문예회관 소극장(현재 아르코 소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창작활성화 기금 3천만원을 지원 받아 제작되었으며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아 2003년 다시 아르코 소극장에서 재공연을 가졌다. 그리고 그 다음해 2004년엔 대학로 나무와 물 소극장과 창고 소극장에서 공연을 이어갔고, 2006년 7월부터 2007년 9월까지 대학로에서 1년 이상 연속 공연을 이어갔다. 이후 지역 극단과 대학과 아마추어 극단 등에서 이 작품은 2012년 현재까지도 계속 공연되는 대한민국 대표 레퍼토리 작품중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2005년엔 전국국어교사모임에서 엮은 <문학시간에 희곡 읽기1> - 도서출판 나라말 - 이란 책에 작품이 수록되기도 하였다.
주최/주관: 전문예술단체 극단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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